5월 14일 지리산에 다녀왔다..
내 인생에 처음 가 보는 지리산이다...
워낙 체질적으로 게으르기에 산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아서
사실 세린이가 처음 제안했을때는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평소 잘 해주지도 못하는 아빠이기에
이럴때나마 원하는 것을 해줌으로서
뭔가 아빠 노릇을 했다는 자위감을 얻기 위해 동의를 했다...
남원에서 올라가는 지리산이기에 오전 6시까지 오란다..
허걱....
아침 출근할때도 이렇게 일찍 일어나지 않는데,
왜 토요일 아침에 이래야 하는지...
게다가 그 전날까지 지방출장이기에 다소 툴툴거리는 기분으로 출발해야 했다..
아침 5시 20분쯤 일어나서 준비하려고 하니 집사람은 점심 도시락때문에 4시에 일어난 모양이다.
벌써 얼추 도시락 준비가 되어 있다..
울집은 김밥대신 유부초밥과 주먹밥, 양배추쌈밥을 준비했다..
이것이 나중 점심시간에 대박을 쳤으니...
본인은 아니라고 우기지만, 내보기에 울 각시의 음식솜씨는 정말 최고다..
암튼 5시 50분쯤 도착해 보니 아직 반도 안온것 같다.. 이런 된장..
(워낙 범생이 스타일이라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한다.
학교에서 50분까지 승차하라고 문자까지 보냈다..)
누구는 늦게 올줄 몰라서 일찍 온줄 아나?
암튼 6시에 떠나기로 한 버스는 6시 30분이 되서야 떠났고
그나마 울 버스는 22가족이 가야하는데 4가족이 오지 않았단다..
(나쁜 사람들같으니라고.. 게다가 일부는 아예 연락조차 하지 않고
불참했다고 하니 참 기본이 안된 학부모임에 틀림없다..
아니면 오늘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던가...)
중간에 2번정도 휴게소에서 쉬었는데...
세린이랑 같은반 친구인 지원이 아빠가 휴게소에서 우동을 사 주었단다..
이런이런.. 이러면 나도 뭘 사줘야 하는디...
이상하게 나는 휴게소나 길거리에서 뭘 사는것을 참 싫어한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휴게소에서 식사하는것 외에 간식이나 주정부리를 사는것을 참 꺼려한다..
그런데 친구 아빠가 뭘 사줬으니, 체면상 나도 사줘야겠지??
6시30분에 출발한 버스가 11시경쯤 남원에 도착했다...
모두 160명정도가 참석하는 행사이므로 대규모 인원이 산행을 하는데 아쉽게도 우리는 4-4조다..
아시다시피 산행을 못하는 사람은 앞에서 해야 하는데
초등학교 4학년부터 참석하다보니 4~5학년이 1~2조에 배정되었고
그나마 세린이는 6학년 7반이다 보니 4조중에서도 4호이다...
4-4조가 맨 마지막이다.. 죽었다...
산행을 시작한지 30분이 지나면서 벌써 세린이 입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나온다..
난.... 죽었다...
일정표에 따르면 10시부터 1시까지 등산인데
1시간 늦게 출발했기에 2시나 되어야 등산이 완료되는데
꼴랑 30분정도 올라왔는데 벌써 힘들다니....
너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아빠가 정말 힘들겠구나...
하지만 처음 약 30~40분의 산행을 지나니 그 다음부터는 평평한 길이 나온다..
엄튼 우리가 가는곳은 해발 1,010m의 지리산 팔랑치!!
원래 본 행사의 취지는 아빠와 딸(아들)이 둘이서 산행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었으나, 그게 말처럼 되나?
애들은 지 친한 애들과 함께 올라가고, 나머지 아빠들은 조금은 뻘쭘하게 뒤따라가고....
그렇게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팔랑치에 도착했다...
팔랑치는 철쭉 군락지였는데
어떤 곳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어떤곳은 아직 몽우리 상태이고...
그래도 참 이뻤다....
점심은 팔랑치 근처에서 맘에 맞는 가족끼리 먹었는데..
이때부터 우리집 도시락은 인기 폭발!!
새벽 6시에 출발하는 일정이라 대부분 김밥만을 싸왔으나
이미말했듯이 울집은 주먹밥(안에 김치볶음 넣고,겉에는 김가루가 묻은)과
유부초밥, 그리고 양배추쌈밥(이역시 각종 양념이 밥속에 있는...)을 가져갔기에
모두다 울 도시락을 맛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4가족이면 8명이고...
울 도시락이 각 종류당 8개씩 되지는 않았기에 가족당 1~2개 정도씩 맛만보게 했는데
아이들이 너도 나도 너무 맛있다고 했다...
하긴 김밥보다야 차원이 다르니까....ㅋㅋㅋ
식사를 마치고
2번째 도전은 근처의 바래봉(1,165m)...
이미 팔랑치 근처까지 갔고, 봉우리 자체가 험하지 않았지만
이미 팔랑치에 가면서 대부분의 체력을 소진했던
우리 저질체력의 소유자인 세린이에게는 바래봉이 너무 멀어보였다..
자꾸만 포기하려는 아이를 살살 달래면서...
결국 올라갔다...
산행을 가기전에 서로에게 편지를 쓰라는 숙제가 있어서, 바래봉에서 서로 편지를 교환하고....
(시간이 없어서 읽지는 못하고 내려왔지만...)
이제는 하산시간...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그리 비탈진 하산길도 아니였고, 엄청 잘 정비된 하산길이었지만...
등산초보인 두사람에게는 이것도 버거웠다...
내려오는 내내 엄지발가락이 아프다는 생각으로 내려왔는데...
우와.. 양발의 엄지발뽑이 빠질듯이 죽어 있었다..
(나중에 등산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신발이 헐거워서 그랬다나 어쩠다나..)
암튼 지금도 발가락은 제 상태가 아니다..
우여곡절끝에 내려와서 집으로 출발한 시간은 오후 5시 30분(?)즈음..
버스에 올라오니 아침때 처럼 또 뭘 시킨다.
아침에는 이 행사에 참석한 이유와 각오를 말하라고 하더니....
이젠 산행을 마친 소감을 말하란다.
아침엔 애들까지 시키지는 않았는데, 이번엔 애들에게도 발표를 시키고..
그런데 남자애들은 확실히 발표력이 떨어진다..
아마 하기싫어서겠지? (아마 승현이도 이랬겠지??)
발표를 마치고 1시간쯤 지나니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으란다...
점심때와 마찬가지로 4가족이 함께 먹었지만, 계산은 각각 따로따로....
(당연하지만 그래도 왠지 뻘쯤...)
밥을 먹고 세린이가 오징어를 사달란다..하지만 안 판단다
이젠 아이스크림을 사달란다... 문 닫았다..
결국 만쥬를 사기로 하고 4봉지를 샀다...(아까 얻어먹었으니 나도 사야겠지...)
저녁을 먹고 나니 이 차에 교장선생님께서 승차하셨다..
총 4대가 떠나다 보니 아침에 2곳, 저녁때 2곳에서 인사하시나 보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참 좋았다.
본인이 산을 오게된 이유, 또 이 행사를 계획한 이유, 본인의 꿈, 비젼...
그리고 그것을 애들에게 알려주려고 노력하시는 모습
'이런 노력을 과연 애들도 알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
교장선생님의 긴(지루하지는 않았지만) 훈화말씀후에는 단소연주를 해 주셨다...
아리랑을 비롯하여 4곡의 연주후에 앵콜연주까지.....
교장선생님의 훈화와 연주후
아침부터 시작된 산행의 여독에 아빠들은 모두 잠을 청하는데....
저녁을 먹은 애들은 다시 힘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남자와 여자애들이 서로 각각 놀더니만
조금후엔 아예 맨 뒤자리로 우루루 몰려가서 열심히 웃고 떠들면서 놀더라
맨 앞자리에는 근엄하신 교장선생님이 계셨지만
전혀 개이치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우리와는 달라졌다는것을 또한번 느꼈다.....
암튼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경....
이렇게 16시간의 지리산 여행은 즐겁고 재미있지만
그래도 발가락에 아픔을 남겨둔채 막이 내렸다.....
기억에 남는 지리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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